다시 시작

정말 오랫만에 ‘운동’ 분류가 사용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이 분류에 글을 쓴게 12년 전이다. ‘20Kg 감량 달성!! ’라는 제목이었다.

처음 운동 분류로 글을 쓴 건 군에서 전역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였다. 원래 술을 마시지 않다가 군생활을 하면서 술을 먹게 되고, 조금 덜 취하기 위해(?) 안주를 많이 먹게되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3달 동안 15kg 정도의 체중이 늘어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군에 입대할 때 체중이 80kg이었는데, 훈련을 마치고 나니 78kg이 되었다가 배치된 부대에서 생활하면서 원래 체중인 80kg이 된 것이다.

첫 운동

군생활을 시작하고 2년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시게 된 계기는 군생활 자체가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오지에 있는 부대였고, 그 만큼 외지와 거리가 있는 부대였고, 고참들도 기본 군기 외에는 크게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였기에 업무만 잘 익히기만 하면 크게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 없는 부대였다.

시작하게 된 계기

그러다가 여자 친구를 소개받아서 잘 사귀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21살에 입대해서 23살에 처음 연애다운 연애를 했다고 생각하고 이제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한 시간을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 이별을 통보받았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시절 함께 군생활하던 이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듣고도 믿지 않았던 게 생각이 난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3달 정도 지나면서 체중이 줄어들어갔다. 처음에는 힘이 들어 1,000번 정도만 했는데, 한 주를 그렇게 하고 1,000번을 늘리면서 5,000번 정도를 하면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그렇게 몇 달을 하니 체중이 85kg정도가 되었다. 이제 전역을 기다리면서 운동을 하다가 잠시 시들해졌다.

전역을 한 달 앞 두고 연 중에 쓰지 않았던 휴가와 외박을 교묘하게 엮어 한달의 휴가를 만들었다.[note]부사관으로 복무했는데, 주말에 근무가 없을 때 주말을 끼어 외박을 알 차게 쓸 수가 있었다. 고참들도 이제 전역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그 달에 근무를 모두 빼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note]

한 달짜리 휴가를 신청해서 나간 다음 날 동네 수영장을 등록하였다. 동생이 함께 등록해서 전역하고도 몇 달 동안 함께 수영을 했다. 그 때 배운 수영을 그 뒤로도 꽤나 유용하게 사용했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특히 미국에서 차를 랜탈하여 1번 국도를 타고 캘리포니아 북부까지 여행하던 중에 독일인 가족이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 것을 구경하는데 같이 수영하자고 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줄넘기와 수영을 번갈아 가면서 하니 체중이 83kg이 되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체중 감량 스토리가 있지만 오늘의 주제는 지난 운동 이력이 아니니 여기서 정리하고 글을 이어가면, 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시 운동

멘탈을 부여잡고 살아가기 ’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지난 몇 년간 쳐져 있었다. 당연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지만, 그 동안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체중이 134kg까지 늘어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체중을 조금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가족들의 걱정에도 운동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보니 활동량이 늘어서인지 체중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하는 일들을 조금 더 열심히하고 이제 일하는데 영향이 없어졌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10 kg 정도가 줄었다.

먹지 않는 것으로는 체중을 감량해도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결국에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벌써 두 달 전이었다. 그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고, 하는 일들을 멈출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여지껏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동안에는 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아니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올 해가 되면서 마흔에서 한 살이 더 많아지고 나니 커피를 마시는게 힘들어졌다. 50대 이상에서 인기가 있었던 음료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note]전 연령의 1위와 2위를 차지한 메뉴는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이기에 그 이후의 3위부터 보았을 때[/note]인데, 이제 마흔이 갓 넘은 내가 디카페를 먹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몸에 무리가 된다는게 살포시 느껴졌다는 말이다.

최근 커피를 줄이고 있는데 그래도 마실 때마다 건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다시 줄넘기 줄을 조절하고 시작해봤다. 근 15년 전에 운동을 시작할 때도 운동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처음에는 1,000번으로 시작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쉬지 않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때 정도만하고 들어와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간것을 후회하였다.

줄넘기 손잡이에 숫자가 올라가는 줄넘기인데, 조금 하다가 힘들기에 쉬었더니 숫자가 86을 가리키고 있었다. 100번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천 번은 채워야지라는 생각으로 8번을 더 쉬면서 1,006번을 하긴 했다.

줄넘기를 하고 들어와서 씻으려고 했더니 다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정말 다리가 터지는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조금 무리했나 싶었지만 나름 목표를 채우고 들어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다행히 몸이 힘들어 100번 정도로 나누어 쉬면서 해서인지 관절에는 무리가 되지 않은 듯하다. 관절이 아프지는 않고 발바닥과 허벅지, 그리고 장단지가 조금 아팠다.

확실히 20대와 30대일 때보다 몸이 힘들어 한다. 물론 그 동안 운동을 안하긴 했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문제가 없었기에 더 운동을 할 필요를 못 느꼈는데, 이제는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니 힘들어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15년 전에 했던 것처럼 1주일 단위로 천 번씩 늘려가는 것은 되지 않더라도 이 정도로 유지만 해도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되지 않을까?

달리는 것도 좋고 걷는 것도 좋지만, 일을 하면서 시간을 절약하고 간단하게 뒷마당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줄넘기를 선택했으니 계속 해 보려고 한다. 운동을 하면서 계속 글을 쓰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목표에 가까워지면 다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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