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의 일

집 근처에서 차를 세워두고 12시까지 있기로 하고는 함께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12시가 다 되어가는 중에 그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넣었다.

엄마, 나 오늘 OO네서 옷 만드는거 좀 도와주다가 이따 2시에 들어갈거야. 축제에 쓸거 만드는거야… 아 그냥 취미로 하는거라니까… 어쩄뜬 이따 2시에 들어갈 거니까… 평소에 혼자서 잘 자더니 왜 그래? 문 잘 잠그고 자~

짧게 통화를 마치고는 이름을 팔아먹은 친구에게 문자를 넣었지만 답변이 없어서 전화를 했더니 자려고 준비중이란다. 어차피 잘 거라지만 일단은 상황을 간단히 애기한다.

그렇게 2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더 생겨서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차 안에서 쌀쌀한 기운이 있어 시동을 걸고 히터를 조금
틀었다. 계속 틀어놓고 있으면 좋겠지만 공회전 금지 표지가 걸린 공용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관계로 그렇게하지는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 가려고 다시 시동을 걸고 시간을 보니 3시 반 정도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합의하고 헤어지는 관계… 그런 관계를 사랑이라고 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물론 이렇게 관계를 정리하고나면 나중에 1년 이상이 지나야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될까?

연필 좀 줄게

“북한 삐라 주워와도 연필 안줘요”를 보자마자 생각난 안 좋은 추억이 하나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이 조금 안된 때였는데, 당시에 잘 놀던 친구 둘과 함께 놀이터로 산으로 놀러다니던 때의 이야기이다.

살았던 동네가 성신여고가 있는 산동네였는데, 친구들과 놀다가는 한 친구가 김일성의 사진이 있는 전단지를 주웠다. 그런데 이 친구 주워서 그대로 경찰서에 가져갔으면 좋았을일인데,
주웠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주운 것이 달랑 한장이기는 했지만 삐라를 주우면 학용품을 받는다는 사실을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어 알게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주웠기 때문에 더 기뻐했고 그런 이유로 자랑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자랑이 화근이 되었다. 동네에서 놀던 한두살 위의 형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좀 보자며 달라하여 줬더니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경찰서에 가져갔을 거라며 황당해하는데 금새 경찰서에 다녀온 그 형이란 아이는 연필 한다스를 받아왔다. 그래서 우리들과 마주칠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미안했는지 연필 좀 줄게 라며 받은 연필 중에서 몇 자루를 주는 것이다.

그 형이라는 아이 뻔뻔하게도 마치 자신이 인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줬던 기억의 한 조각이다.

오해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일은 종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어딘가 다닌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의 친구들과의 여행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친구는 많지만 친한 친구는 몇 되지 않았고 그나마 그 친구들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전산반으로 활동했었는데, 선도부와 환경봉사부[note]각 반별로 청소구역이 있었지만, 그 외의 지역을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봉사집단[/note] 친구들과 함께 어딘가로 갔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도착한 날 저녁에 누군가 술을 구해왔다. 소주와 맥주를 가져왔는데, 모두 모여서는 아니지만 각 인맥 집단별로 앉아서 간단하게 마시고 취해 있었다.

필자는 취기로 인해 기억이 끊긴다거나 기억의 오류[note]잘못 기억되어지는 것, 사실 그대로 기억되지 않고 다른 기억으로 대체되는 일 따위[/note]가 없어 때론 곤혹스럽기까지 한데,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취기가 올라 더워서였는지 평상 같은 곳에 앉아 있었다.

그 평상에는 다른 친구와 교제하고 있었던 여자 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친구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고, 단지 지나다니면서 인사를 하거나 몇 마디 형식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정도의 사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다. 그 여자친구와 교제하던 친구가 같은 반이었는데 자기 여자친구와 필자가 키스를 했다는 것이다! 단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던 것 뿐인데, 그걸 키스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뒤통수를 때렸다. 분명히 그 친구가 잘 못 본것이라고 계속 대답했지만 도무지 믿으려 하지를 않았다. 그 친구 얼마나 집요한지 한달 넘게 쫓아다니면서 그 문제를 두고 의심하는 것이다.

조금 더 지나니까 설상가상으로 증인 선배까지 나타났다!!! 자기가 둘이 같이 있으면서 키스하는 것을 봤다고 하는 것이다. 정말 억울하기도하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니라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시달리다가는 그 친구에게 확실하게 말해주고는 일을 마무리 지었다.

술 마시면 사라지는 사람들 2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술 마시면 사라지는 사람들 1 에 이어서 작성되는 글이다.

Pink님의 글을 보고 생각난 것은 사람들의 술버릇인데, 필자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 술을 처음 마셨다. 학원에 같이 다니면서 친해진 누나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날인가 술을 마시자구 불리워나갔다. 그 때는 그다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었는데 웬지 그날만은 기분이 좋아서 벌컥 벌컥 마셨더란다. 그 누나 남자친구가 천천히 마시라고 했지만 주는대로 다 마셔버려서는 거의 둘이서 10병 가까이를 마셔버린 듯 했다. 그리고 노래방엘 갔는데, 약 1시간 가량의 기억이 없다. 그렇다! 별다른 술버릇이 없고 단지 잠만 잘 뿐이다. 필름이 끊긴건 평생에 그 때뿐인데, 그 이후에는 끊겨본 일이 없다.

그래서 군대에서 사람들의 술버릇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는데, 좀 정리해보자면 행동파, 수면파, 감성파로 나눌 수 있겠다.

먼저 행동파는 동작이 활발해져서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들을 보이게 되는데, 아마도 술기운을 이용해서 평소에 발휘하지 못했던 것들을 표출하는 듯 했다. 주사가 심한 사람들이 보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사실 이런 사람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에는 군입대 후 약 2년 정도를 술도 안 마시고 놀았는데, 고참들로부터 얻었던 별명이 콜라한캔 X하사였다. 콜라 한캔만 시켜주면 술 몇 병이 들어간 사람처럼 논다는 의미 되겠다. 뭐 자랑아닌 자랑이 되겠는데, 이게 나름의 노력으로 이뤄진 성격의 변화이기 때문에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그만두기 바란다.
행동파중에는 제목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람 쐬러 나간다고하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Pink님의 글 중에도 3차로 이동하면서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하는 부분에서 이 사람들이 생각난 것이다. 이 사람들 회식을 정리하려고 찾아보면 내무실에 간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고, 어딘가 배수로에 빠져있다던가 화장실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수면파인데, 필자가 이 분류에 속하겠다. 술에 취하면 잠이 들거나 꾸벅 꾸벅 졸게 되는데 명확한 과학적 증명을 알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패스한다. 이 사람들은 그다지 술자리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단 둘이 술 마시는데 이런 사람이면 좀 곤란하다. ㅡㅡ;;

그 다음은 감성파인데, 웬지 감상에 젖어지게 되어서는 울거나 웃어버린다. 웃는 사람은 시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나은편인데, 우는 사람은 정말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서 여자친구들이랑도 가끔씩 만나고는 했는데, 단둘이 마시면서 울어버리면 마치 죄인이라도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받기 쉽상이었다. 다행히 필자에게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이런 경우에는 얼른 집에 돌려보내버리는게 상책이다.

생각난 이야기를 한 페이지에 다 기록할 수 있지만, 웬지 너무 길어지는 듯해서 나누어서 쓰게 되었는데, 이번 글은 생각보다 좀 짧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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