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일은 종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어딘가 다닌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의 친구들과의 여행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친구는 많지만 친한 친구는 몇 되지 않았고 그나마 그 친구들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전산반으로 활동했었는데, 선도부와 환경봉사부[note]각 반별로 청소구역이 있었지만, 그 외의 지역을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봉사집단[/note] 친구들과 함께 어딘가로 갔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도착한 날 저녁에 누군가 술을 구해왔다. 소주와 맥주를 가져왔는데, 모두 모여서는 아니지만 각 인맥 집단별로 앉아서 간단하게 마시고 취해 있었다.

필자는 취기로 인해 기억이 끊긴다거나 기억의 오류[note]잘못 기억되어지는 것, 사실 그대로 기억되지 않고 다른 기억으로 대체되는 일 따위[/note]가 없어 때론 곤혹스럽기까지 한데,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취기가 올라 더워서였는지 평상 같은 곳에 앉아 있었다.

그 평상에는 다른 친구와 교제하고 있었던 여자 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친구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고, 단지 지나다니면서 인사를 하거나 몇 마디 형식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정도의 사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다. 그 여자친구와 교제하던 친구가 같은 반이었는데 자기 여자친구와 필자가 키스를 했다는 것이다! 단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던 것 뿐인데, 그걸 키스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뒤통수를 때렸다. 분명히 그 친구가 잘 못 본것이라고 계속 대답했지만 도무지 믿으려 하지를 않았다. 그 친구 얼마나 집요한지 한달 넘게 쫓아다니면서 그 문제를 두고 의심하는 것이다.

조금 더 지나니까 설상가상으로 증인 선배까지 나타났다!!! 자기가 둘이 같이 있으면서 키스하는 것을 봤다고 하는 것이다. 정말 억울하기도하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니라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시달리다가는 그 친구에게 확실하게 말해주고는 일을 마무리 지었다.

We use cookies in order to give you the best possible experience on our website. By continuing to use this site, you agree to our use of cookies.
Accept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