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리나 스포르차 – 르네상스의 여인들 : 시오노 나나미

칼로 위협당한 아이들은 울면서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자 카테리나가 성벽 위에 모습을 나타냈다. 맨발에 머리도 묶지 않고 풀어헤친 모습이었다. 오르시는 성에서 나오지 않으면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여기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야말로 마키아밸리를 비롯한 모든 역사가가 후세에 전한 그 유명한 말이다. 카테리나는 유유히 치맛자락을 홱 걷어올리고는 이렇게 외쳤다.
“멍청한 놈들아, 이것만 있으면 아이쯤은 앞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단 말이다.”
여기에는 한동안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222 쪽 – 11 줄
시오노 나나미가 쓴 르네상스의 여인들의 한 부분으로 카테리나 스포르차라는 여인의 이야기인데, 지금 이 여자는 자신의 남편인 영주를 잃은 성에서 자신의 작은 나라인 포를리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배짱을 부린 장면입니다.
과연 저런 행동을 한 그녀는 여섯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들이 죽기를 바랐던 것일까. 세상에 어떤 어머니도 자신의 아이들이 죽기를 바라지 않을것입니다. 물론 모성애조차 가지지 못한 불쌍한 여인들도 있습니다만, 그녀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편에서 생각해보자면,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살아나더라도 비뚤어져버릴테다~ 라는 개그만화의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되리라 결심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여자 꽤나 치밀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영주보다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카테리나가 아이들을 버린 것은 아니다. 사로잡혀 있을 무렵, 그녀는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아이들을 이렇게 타일렀다고 한다. 지금까지 죽이지 않았으니까 더 이상 위험은 없다고 생각해라. 너희는 용감하기로 이름난 스포르차 가문의 피를 이어받지 않았느냐, 카테리나는 단지 선수를 쳐서 오히려 적의 의도를 꺾어버리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녀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223 쪽 – 3 줄
필자의 주변에 저런 대범함을 갖춘 여인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청혼하겠습니다. 이전에도 밝힌 적이 있지만, 목회자가 될 사람으로서 그에 맞는 사모의 요건 중에 하나가 바로 대범함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포르차의 저런 대범함만이 긍정적이었습니다. 남편에 대해 그다지 기대하지 않은데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녀의 모습은 다른 여인의 남편을 믿어주는 모습이었으면 하는 작은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이 여인에 대해 남아있는 애가를 남겨두었는데,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저 비탄에 잠긴 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포를리의 카테리나의 이야기를.

나는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모두에게 버림받은 채.
이런 나를 위해
무장을 갖추고 말을 달려와 용기를 보여준
군주는 한 사람도 없구나.
온 세상이 경악했다.
‘프랑스 만세’를 외치는 병사들의 함성에
이탈리아의 힘은 완전히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저 비탄에 잠긴 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포를리의 카테리나의 이야기를.

저 교황의 아들
발렌티노 공작(체사레 보르자)이
앞으로도 계속 포를리에 머물 생각이라면
미장이로 직업을 바꾸는 편이 좋을 것이다.
도시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미친 듯이 화가 나면
모든 것을 철저히 파괴해버릴 테니까.

저 비탄에 잠긴 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포를리의 카테리나의 이야기를.

  • 16세기 초에 로마냐 지방에서 불린 「카테리나 스포르차의 애가」에서
  • 179쪽 – 2줄
    애가라고는 하지만, 꽤나 무서운 구석이 보입니다. 그 당시의 그녀에 대한 표현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자세한 서적 정보는 <르네상스의 여인들 시오노 나나미 | 르네상스 저작집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서울 : (주)도서출판 한길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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