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판단이었다

책을 스캔해서 보게 된 것이 20년 정도인데, 뇌과학과 관련한 동영상을 보고 나니 좋은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카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어서 ‘태블릿을 입학 선물로 줄까?’하고 검색하다가 교보에서 나온 전자책 단말을 보고는 조카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워낙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1년 동안 무제한 요금제로 볼 수 있다는 말에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주문하였다.

주문을 해 놓고 기기에 관련한 내용을 검색하다 종이책과 전자책, 어느 쪽이 좋나요? (feat. 뇌과학)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스캔의 시작

20년 전 대학에 입학하고 책을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다가 집에 있는 스캐너를 활용할 생각을 했다.

베타 테스트를 위해 받은 스캐너

당시 아버지께서는 한국인식기술의 이인동 박사에게 스캐너를 지원받아서 쓰고 계셨는데, 글눈(하이아트)이라는 문자 인식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가지고 계신 책을 스캔하시면서 사용하셨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확인하고 요청하는 사이에 스캐너를 받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베타 테스터정도의 역할을 위해 받으셨던 모양이다.

그 때의 글 눈의 한국어 인식은 꽤나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ABBYY사의 Fine Reader를 구매해서 쓰고 있는데, 한국어에 있어서는 당시의 글눈의 인식률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1

그 때 받은 스캐너는 평판 스캐너였는데, 꽤나 성능이 좋은 편이었기에 당시에 스캔한 책은 최신 기기로 스캔한 것과 견주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2

화면으로 보는 책

그 때부터 책은 PC 화면을 통하여 보았고, 학교 수업에 필요한 부분만 가지고 가서 보았다.

군생활을 마친 후에는 여유가 있어서 랩탑을 들고 다니면서 수업을 들었기에 거의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사람들이 종이로 문서를 보는 것이 편한 반면, 화면으로 보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반대의 현상을 겪고 있다. 종이로 책을 볼 때 장 시간 집중하는 것이 어렵게 여겨지기도 한다.

복사기 렌탈

그렇게 시작하여 20년이 넘는 시간을 책을 스캔해서 보관하여 놓고, 태블릿이 쓸만해지기 시작하면서 구매하는 책을 모두 스캔하여 보고 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학교에 있는 삼성 복사기를 만났는데, 사용해 봤던 다른 어떤 복사기보다 스캔 기능이 좋았다.

대학원 원우회에서 복사기를 렌탈하여 비치하고, 종이만 가지고 와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두었는데 너무 좋은 기능을 보고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집에 복사기를 렌탈하였다.

여동생이 수학 개인과외를 하면서 학생들의 오답 노트를 만들어 주기 위해 인쇄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잉크 값으로 한 달에 6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듣고 알아보니 복사기 렌탈이 7만원 정도였다. 렌탈 비용은 출력하는 양에 따라 정해졌는데, 스캔이 주 목적이고 동생이 사용하는 양은 기껏해야 최소 요금제가 제공하는 양보다 적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책을 자르는 일은 수고롭지만, 제단기를 살 정도로 한 번에 몇 십 권씩 사지는 않으니 큰 문제가 아니었다.

자르고 나면 복사기 상단에 넣어놓고 버튼 한번만 누르면 양면 스캔이 되니 그 마저도 크게 수고롭지 않다.

전자책보다 학습 효과가 좋은 종이책

위에 언급한 영상을 보면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학습효과가 좋다는 내용이 나온다. 종이책은 정보의 위치가 변하지 않아서 학습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책으로 보더라도 PDF처럼 내용의 위치가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3

그 내용을 접하고 생각해보니 참 기분이 좋았다. 편리하면서도 학습에 좀 더 용이한 방식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좋은 판단이었다

개인적으로 PDF로 보관하고 있는 책의 수는 2014년에 없어진 이후 점점 늘어나서 6년 동안 800여 권 정도가 되었다.4

복사기를 렌탈하기 전에는 서적 스캔하는 업체에서 한 권당 2천원에서 4천원 정도를 들여서 스캔했었다.

가지고 있는 책을 3천원씩 주고 스캔했어도 지금까지 지출한 렌탈비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다.

비용이나 편의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처음에 좋은 기회로 시작하였던 책을 스캔해서 보는 판단은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1. 안타깝게도 2002년 이인동 박사가 별세하면서 그의 아내인 송은숙 씨가 업을 이어갔지만 지금까지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클라우드 파일 공유 시스템을 사용하기 전에 외장하드에 저장해 두었는데, 2014년 시게이트 외장하드 4TB가 망가지면서 거의 없어졌다.[]
  3. PDF 형식이 아니더라도 위치 정보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댓글에 달려 있기도 하다.[]
  4.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스캔하는 것이기에 물론 스캔한 책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북코스모스 12호

올해 중반 쯤엔가 학교에 북코스모스라는 신문이 배포되고 있었다. 북코스모스의 존재는 이미 아버지로부터 알게 되었지만, 집에서 더 이상 구독하지 않게 되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에 신문형태로 배포되는 것을 통해 다시 기억하게 되었는데, 구독하던 것보다는 못하지만 나름 몇 권의 책들의 다이제스트 부분만이라도 요약되어있는 부분으로 대략의 책 내용을 미리보기 할 수 있게 됐다.

개강을 한 후 학교에 자리잡혀 있는 것을 집어들고 집으로 오는 길을 나섰다.

그리고 한가한 버스에서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줄 쳐두었던 부분을 남겨본다.

육일약국 갑시다 / 김성오 / 21세기 북스

한 사람이라도 불이 켜진 간판을 보고 약국을 인식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변두리 조그만 약국을 경영하더라도 경제의 흐름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경제 신문을 신청했다.
고객의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눈높이 식의 맞춤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는 것이 꼭 금전이거나 물질일 필요는 없다.
자영업자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만든다1
꿈을 이루는 단 하나의 방법은 발로 뛰는 것이다.
계급사회에서 윗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었지만 나부터 정직을 실천함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근절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오래도록 쌓은 신용은 다른 사람이 훔쳐갈 수도, 빼앗을 수도 없는 성공의 필수 요건이며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큰 밑천이 된다.
곡 필요한 부품인데 쉽게 맡으려는 업체가 없어서 골치 아팠는데 스스로 주문을 받아가니 그쪽에서 먼저 돈이 되는 아이템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정직과 자립을 기반으로 엄격한 기독교 교육을 시켰다.
언제나 당신의 자식이 나눠주고 베푸는 자가 되도록 기도하셨다.
“자만심을 버리자. 내가 명문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지금 이 순간부터 잊어버리자.”
현재 모습만 보고 불손하게 대하는 것은 ‘내게 오는 복을 쫓아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셨다.

사랑의 빵을 들고 땅 끝까지 / 이윤구 / 아름다운사람들

밖의 힘으로 구호를 받는 것은 백 년이 가도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 중 우리와 닮은 점이 많은 나라는 소말리아입니다. 식민지 시대의 희생양이었다는 점도 그렇고 냉전시대에 미, 소 양대세력의 충돌로 많은 피를 흘린 역사도 그렇습니다.
제가 월드비전 한국의 맏머슴을 한 기간이 2190일의 낮과 밤이었습니다2

세브란스 드림 스토리 / 이철 / 꽃삽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는 2.7퍼센트의 소금 때문이라고 한다. 2.7퍼센트의 염분이 있기 때문에 97퍼센트의 물이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한 소수가 전체 조직을 썩지 않게 한다. 헌신한 소수가 시작한 작은 일이 나중에 큰 역사를 이루어내는 걸 나는 많이 보아왔다. 헌신한 소수가 역사를 바꾼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북코스모스를 읽으면서 관심이 가는 책들은 체크해 두었다가 종강하고나면 꼭 읽어볼 생각이다. 아~ 사랑스러운 책들이여!

  1. 이 부분을 보면서 행정보급관들은 자영업자도 아닌데 왜 그렇게도 일을 만들까라는 생각과 함께 실적과 연상하여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2. 맏머슴이라는 단어가 특히나 눈에 띄었다. 회장이 맏머슴이면 그 아래사람들도 머슴처럼 섬기는 마음가짐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월드비전이라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가 계속 생각났다.[]

괜찮은 독자

책을 읽으면서 발견되는 적지 않은 오타들을 보면서 사람이 만든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이런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인력들이 투입되었을텐데 도대체 그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돈을 받아먹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오타가 있는 책도 적다고만은 할 수 없다.

오탈자의 문제는 비단 책에 국한 할 수 없다. 종이로 출판되는 것들에서는 대부분 오탈자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있다. 재작년에 들었던 수업 중에 담당교수님께서는 오타가 발견될 때마다1 외국의 경우2를 들어가면서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에 절대적으로 공감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하면 플톡에서 방송하시는 분 중에 쿨하니라는 분이 계시는데, 이 분의 블로그 글들을 앞에서부터 주욱 읽다가 괜찮은 독자가 되어야 겠다부분을 발견했다.

필자는 독력이 매우 좋지 않은 편인데, 독력이라는 것은 책을 읽는 속도 뿐 아니라 내용 파악과도 연결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그냥 무슨 글자인 줄만 아는 정도로 읽는다면 금새 읽겠지만 그렇게 읽으면 책을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이 어떤 내용인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읽으려면 속도는 고민이 될 정도로 느렸다. 지금도 그다지 빠르지는 않지만3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이후로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이처럼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읽기 위해서는 집중해서 보게되는데 그래서인지 오탈자가 유독 많이 눈에 띈다.

전에 앤 시리즈를 읽으면서 오타를 몇 번인가 발견해서 출판사에 보내려고 시도는 했지만, 본문에 집중하며 읽는데 맥이 끊겨버리곤 해서 몇 번 적다가는 말았다. 그리고 또 적지 않게 된것은 이렇게 해서 이미 누군가가 보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면 괜찮은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능력도 좀 필요하구나 싶다. 그리고 부지런하기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쿨하니님과 같은 사람이 있어서 세상은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1. 약 4회 정도[]
  2. 신문이나 잡지에서 오탈자를 신고하면 돈을 주기도 한단다[]
  3. 필자의 동생이나 학교 후배들 중에는 보통의 소설 한 권을 1시간에 독파가 가능, 물론 내용파악도 되는 읽기[]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동생이 얼마전에 책을 하나 사왔다. 붉은 머리칼의 여인을 흰 배경과 조화시켜놓은 표지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전에 읽었던 책은 부대에서 누구인가 가져왔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겉 표지 디자인된 종이가 없이 단지 두꺼운 종이에 문자로만 이루어진 미색의 창호지같은 재질의 은색 글씨색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소설을 이렇게 재미있게 일을 수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그 이전에는 – 지금도 적잖이 그런 성향이 있지만 – 책 하나를 잡으면 한달을 가기도 했던 독력(최악 독력 극복 )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책을 읽든지 정독의 수준을 넘어서서 연구를 하면서 봤었다. 책을 정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태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동생이 빌려오는 책들 중에서는 흥미를 끌만한 내용을 가진 책들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동생이 빌려오는 책의 대부분은 만화책을 제외하고는 역사 관련된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쨌든 향수의 주인공 그르누이의 악마적 성질의 후면에는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의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낸다. 측은한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캐리터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작품으로 세상을 조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악랄함보다는 외면받는 그의 모습의 불쌍함을 느꼈다.

읽은지 몇년이 지나버려서 전체의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단순히 단편적인 느낌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나 지식의 습득, 인간사의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곧 잊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스토리 라인만 기억될 것들, 단지 어떤 부분에서만 영향이 끼쳐질 것들을 정독했던 내 모습이 조금은 어리석게도 느껴진다.

뒤주 박죽 포스팅… ㅋ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멋진 신세계를 만들겠다는 우리들의 영웅이 권력을 얻고나면 잔인하고 파렴치하고 이권을 챙기고 비인간적으로 되어버리는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급우편에 서겠다던 반장은 선생님 편이 되어버리고, 국회의원은 제맘대로 당을 바꾸고 뒷돈을 챙긴다. 급우나 지역구의 여론은 안중에 없다.
회사라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 진급이나 승진을 하여 보다 권력있는 자리에 올라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장 승진을 하면 대리 때보다 목에 힘이 더 들어가고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달라진다.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어꺠를 펴면서 등이 뒤로 휘어 배가 나오게 된다. 옛날의 그 대리가 아니다.

유쾌한 심리학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 권력 편

  확실히 자리는 사람을 만든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에 공감한다. 군을 부사관으로 전역했는데, 애초에 지원한 목적 중에 하나가 변화였다. 그 변화라는 것은  조금더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화를 원했다.

  물론 전역한 지금 그런 노력들의 결과로 긍정적인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군 생활은 나로하여금 어떤 다른 인간의 모습을 가지게 했었다. 뭐랄까.. 조금 더 권력 의존적인 행동을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어느 집단에든지 수직적인 관계로인해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다른 집단들보다 조금 더 많은 강제권을 가진 곳이 군이라는 집단이고, 그런 곳에서 권력을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짧은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지휘하고 있는 곳에서는 스스로 왕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었다. 지금 되돌아보건데 결코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실수들이 많았다.

  군에 처음 입대했을 때 외향적이며 적극적인 행동과 사고방식을 가지자는 목적과 함께 다짐했던 것이 폭력행사나 욕설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군입대전 – 그리고 지금 – 신분이 신학생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다짐을 굳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기도 했었다. 하지만 자리는 사람을 변하게 한다.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부정적인 면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인것이다. 처음 1, 2년 동안은 다짐을 했던대로 부하들에게 욕설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정이 없고 약삭빠른 부하들이 많아졌고, 또 이전보다 군기가 헤이해졌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사건들로 인해 그들에게 더 이상 정을 가지고 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생각되었다. 또 상급자들로부터 군기를 바로잡아야하지 않겠냐는 주문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활하던차에 군에서는 작은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옆 중대에서 전역신고를 하지 않은채 행정병을 괴롭혀서 전역증을 미리 받아 아침 일찍 아무도 모르게 나가버린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근무하고 있는 중대에서는 휴가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중대장님과의 면담도 거치지 않은채 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군이라는 집단은 신고가 가장 기본인것을 그들이 몰랐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병사 신분 중에서는 가장 높은 병장의 계급을 가지고 있었고, 전역한 그들 스스로는 준장, 소장, 중장, 대장 다음이 병장이라고 할 정도로 결코 경험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있을 만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직급으로 따지자면 과장 바로 밑인 대리격이다.

  조금 주제에 어긋나기는 했지만 그런 상태에서의 내 행동은 조금 더 과격해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고, 저녁에 근무를 서면서 중대소속의 부하들을 모두 모아놓고 적잖이 과격한 방법으로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을 취했다. 물론 여러분들이 흔히 생각하는 구타가 만연한 그것이 아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당시로서는 그렇게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자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평화적이며 비폭력적인 방법들로 여러면에서 접근했을 때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이란 강제력이 없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해서 간 곳이 아니기 때문에 생활 자체도 적극적이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게중에는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상급자인 나로하여금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됐던 부하들도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끊이지 않고 있었다.

  쨌든,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조직에서 어떤 자리에 오르게 되면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게 되면 하지 않으면 안될 행동으로 인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We use cookies in order to give you the best possible experience on our website. By continuing to use this site, you agree to our use of cookies.
Accept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