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관한 생각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발견했다.
그리고, 블로고스피어의 혹은 세상의 대중은 그보다는 진실한 감정이나 일상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적으면 되지 않나 싶어요. 세월이 흐르고 지혜가 생긴다면 넓은 통찰력과 날카로운 분석 혹은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면모까지 드러낼
수 있겠지요. 이런 형태야 말로 대안 미디어라 불릴만 하지 않을까요? 기존의 미디어가 부족하고 못나서 대체
(substitutive)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도 판단도 주체도 새로운 대안 (alternative) 미디어로서의 블로거의
의미는 바로 이런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필자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의 글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다. 다른 것에는 근거도 없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웬지 글 작성에 대한 것만은 자신이 없었다. 당시 필자의 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횡설수설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횡설수설하다는 평판은 필자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된게 아닌가하는 어렴풋한 기억에 의존해 추측해본다. 활동하는 동호회에서 글을 작성하고나서 다른 사람들의 글과 비교해보면 정리가 되지 않아보였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횡설수설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를 넣게 되었다.1 이 문구는 점차 글을 쓰는 자신에게 나는 글을 잘 못 쓰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저렇게 느끼게 된 것은 그 당시에도 통찰력 있는 글들과 비교해서 자신의 글을 비교하면서 글 작성에 대한 자신감을 깎아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작성한 글에 대한 자신감을 점차 깎아내려가고 글 작성에 대해 겁을 먹도록 만들게 되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생각은 그 때부터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 볼 생각을 할만큼의 적극성이 없었다.
써머즈님의 말씀처럼 당장은 어떤 분야에 통찰력을 가진 글을 작성하기에는 넓은 통찰력과 날카로운 분석을 할만큼의 세월이 지나지 않아서 기록이 불가능한 것일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월의 힘이라고만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해보인다. 하지만 사실일 것이다. 필자가 생각2을 제대로 하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랜 세월이 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확실히 처음 글 작성에 대한 고민을 가졌을 때보다 조금 더 정리되고 본인이 읽을만한 정도의 글은 작성하게 되었다. 조금 더 진지하게 관련 분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작성하는 순간에도 그 이후에도 더 정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써머즈님은 그저 통찰력을 가지거나 날카로운 분석의 글은 그것이 가능한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진실한 감정이나 일상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적으면 되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이 마저도 힘들고 모자라 보인다는 생각을 가졌던, 그리고 더 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바심을 냈던 필자에게 시원한 바람같은 글이 아닐 수 없다.
- 사실 그 당시에 작성했던 게시판의 대부분의 성격은 자유게시판이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는 초기의 PC통신의 사용자들은 필자 또래의 초등학생이 아니라 아저씨들이었다는 사실이 그들보다 못한 게 당연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당연히 더 깊은 글들이었을 수도 있겠다.[↩]
- 생각, 사고, 고뇌 에서도 밝혔지만 여기에서 말해지는 생각은 단순히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떠 오르는 것을 어떤 다른 것들과 연관짓고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