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사랑은…

많은 사랑을 겪어 왔지만 정말 이번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적은 없었다.

일정의 기간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서로에게 이해가 되고 연인관계만이 정리된 상태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내 착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경험이기도 했다.

하다.

그 동안의 많은 사람들에게 해 왔던 말이지만, 연인관계가 정리된 이 순간에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고, 그리워하고 있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냉정해 진 줄 알았는데, 진짜로 쿨해지기란 쉽지 않구나!

어색함, 부담감

오늘은 근 1년만에 친구 한 명을 만났다. 물론 중간에 다른 친구들도 만나고 이 친구와도 간간히 연락은 했지만 다른 때와는 다르게 꽤나 오랜시간의 공백이 있었던 것마냥 반갑게 만났다.

그런데 만나는 중간 중간에 그 친구에게서 부담감이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그 친구가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 친구와 밥을 다 먹고 일어나면서 오늘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했다.

그런 대답을 듣고 나니 그 친구가 아니라 필자가 그 친구를 무의식 중에 부담스러워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자꾸 해서 그런것이었을까 싶다.

여하튼 그 친구는 연애를 오래하는 타입인데, 헤어진 사람들을 마음에서 완전히 정리하는게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에 필자는 이별한 사람은 대부분 상대방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나 싫다고 떠난 사람 그리워 해 봤자 시간 낭비 라는 생각때문인지 얼른 정리를 한다고 했더니 그 친구도 같은 생각을 하지만 마음이 쉽게 잊지 못한다고 한다.

머리속에서는 싫어서 헤어지자고 했지만, 어딘가 모르는 구석진 곳에 미련이 남게 된다고 하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쉽게 변할 순 없지만, 얼른 밀어내려고 노력해야 밀려나가는게 않을까. 추억을 되새기는 것과 미련을 남기는 것… 어떤 차이를 가지는 것일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의 나는 십여 년을 몸에 입혀온 냄새를 완벽하게 잊어버리고 새로운 냄새로 갈아입을 준비 따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낯선 장소에서 향수 없는 며칠을 보낸 뒤에야 비로소 새로운 향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전의 것과 새로운 것이 섞여서 좋지 않은 것들이 몇 있다. 당장에 생각나는 것들의 공동점은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상관을 들이게 된다던지, 새로운 사람과의 연애를 시작한다던지 하는 것은 이전의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 등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대할 때 문제는 발생하게 된다.

이혼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에 이른 사람들의 상당수가 다시 이혼한다는 이야기를 헛된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른채 또는 의식적으로 이전의 상대와 비교하며 그 사람은 이랬는데 저랬는데 하고 있는다.

연애는 이전의 이별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기도 전엔 시작해서 안되는 것이다. 이전의 사람을 잊기 위해서라는 좋은 구실도 좋지만, 그건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상대방을 희생시켜서 되겠는가. 하지만 이런 행동의 결과는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물론 완전히 이전의 사람은 잊을 순 없을 것이다. 이전의 사람을 육체적으로 보내는 단계를 떠나 마음으로부터 떠나 보낼 수 있을 때 연애를 시작해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어떤 사람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져보라.

사랑 시리즈 2

서울에서 살다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아버지의 일 때문에 부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앞서 1편에서 부교역자로 계시던 교회에서 나와 개척을 하게 되신것이다. 그렇게 남자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1년 반을 지내고 졸업을 했지만 친한 친구는 사귈 수가 없었다. 물론 남자 중학교였기 때문에 여자와의 관계는 가질 수 없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성적인 성격이고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해야할 듯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남녀공학이었다. 남녀공학에도 남자와 여자를 각기 다른 반에 편성해 운영하던 학교였지만 과의 특성상 여자가 더 많았고 해당 과에 배정된 반이 2개 반이어서 남녀 합반으로 편성될 수 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3년 내내 같은 반으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1학년에 입학해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 한 껏 내성적인 성격으로 지냈던 것에 후회라는 것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에서는 좀 더 활달한 사람이 되자는 목표아래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해 버렸다. 이 계획에 다행히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담임 선생님께서 자유로이 자리를 정하도록 해 주셨던 것이었다. 난 문간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친구들에게 모두 인사하기 시작했다. 같은 중학교에서 온 친구들은 모두 다른 반으로 흩어졌기에 인사하는 친구들은 모두 새로운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한 학기를 시작하면서 보게된 그녀였다. 피부가 백성공주라고 불리워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하얀 친구였다. 지금도 그녀를 처음 보았던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인다. 물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렸지만, 그녀는 내 가슴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설레임..

문간에 앉아서 인사를 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이 고쳐지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녀와는 그런 친구들 중에 한 명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는 3년 간의 one side love가 시작되었다. 고지식하다고 하겠지만 한 여자를 사랑하는 동안에는 다른 여자를 돌아볼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1학년 중간고사를 보고나서인지 2학년이 다 되어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고백을 하게 되었다.

고백의 결과는?

학교를 마치고 다른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간데다가 버스 정류장에는 그녀와 그녀의 친구, 그리고 내 친구와 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좋아하는데 사귀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고등학교 때에는 아무도 사귈 생각이 없다였다. 그 대답은 완곡한 거절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녀를 먼저 버스를 태워 보내고 나서 애꿏은 정보지 통을 발로 차 버렸다. 내성적인데다가 눈물이 많은 필자는 집에 가서 펑펑 울어제꼈다. 그렇게 울고 있는데, 집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라며 들려온 목소리는 그녀였다.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 준 적이 없었는데, 어찌 저찌해서 알아냈다며 자신의 감정을 밝히려고 전화했다고 했다. 필자가 싫어서가 아니라 진짜로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글을 적으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고백할 때 곁에 같이 있어줬던 내 친구가 한 마디 한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녀석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 것에 대한 확인은 추후에 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간을 짝사랑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포기가 되어졌다. 그리고는 취업을 나가고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채팅에서 만난 사람들과 번개를 하면서 지냈다. 주로 1:1 만남이었고 대상은 여자들이었다. 나름대로 여성에 대한 면역이 생긴정도를 넘어서서 적절한 작업이 가능한 성격으로 변화해 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OT를 지내고 나서 한 친구에게 사귀자고 했다. 고등학교 내내 사랑했던 그녀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다른 여자를 사귀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사귀자고 했던 친구였다. 물론 호감이 가는 친구였기 때문에 사귀자는 제의를 했었지만 그 친구와는 그리 오래 사귀지 않았다. 호감을 느끼긴 했지만 사귀자고 했던 목적이 불순했다는 솔직한 얘기로 이별을 고했다.

CC로 사귀었던 친구와 사귀기 시작한지 얼마가 되지 않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고등학교 때의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는지를 물어왔다. 그 친구는 정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귀고자 했던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다.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말에 조금 놀라는 듯해서 니가 나랑 사귀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친구를 사귀었다는 말에 고등학교 때는 그랬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금 화가 나서 대충 대화를 마무리 하고 전화를 끊었다.

웬지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나 라는 존재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3년 간의 짝사랑은 마무리 되어졌다. 아니 마무리 되어진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그녀는 나를 설레이게 만들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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