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베이스가 하는 영역도, 색소폰이 하는 영역도 모두 연주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밴드에서 피아노를 칠 때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하기보다 베이스와 색소폰이 빛날 수 있도록, 그들의 영역을 비워주어야 합니다…”
(중략)리더가 하는 말 중 가장 위대한 말은 “I don’t know”라고. 리더는 모든 것을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선발하는 사람이고, 조직의 살림살이 꾼이지요. 실제 일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하는 것이지, 리더가 다 알 수는 없겠지요.
여백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자문해봤다. 대답은 금새 나왔다.
누군가가 활동할 공간을 내어주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으로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군에서 창고관리담당관으로 근무를 하면서 병사들과 함께 창고를 운영해 가는데 있어서 전산관련 분야를 모두 담당해서 검토하고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 때의 그런 기간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일은 밀려가는 듯하고 제대로 처리 되지 않거나 누락되는 부분도 간혹 스스로의 점검으로 노출되고는 했다.
최근에 조별 발표를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조원들과 함께 토의하고 만들어가야하는데 그들의 담당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또 나서서 그것을 마음에 들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금의 자체 평가 결과이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더라도 그 분야에서 활동할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도드라지도록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그 사람의 하는 일에 대해 필자가 가진 기대수준에 억지로라도 맞추려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추가 :
즉흥연주와 공간의 이야기를 다시 되뇌이다 보니 얼마전에 1기를 다 본 애니메이션 하나가 떠 오른다. 그것은 노다메 칸타빌레인데, 치아키라는 캐릭터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뮤지션이다. 지휘자를 꿈꾸지만 피아니스트로서 학교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이다.
치아키의 친구가 되는 음식점집 아들래미의 시험에 노다메 대신에 함께 연주를 하는데, 자신의 완벽주의자 성향의 성격 때문에 그의 모자란 연주에 자신의 반주를 완벽하게 맞추어 낸다.
이건 노다메와의 첫 만남에서 담당 교수로부터 노다메와 함께 연주하라고 했던 장면으로부터 꾸준히 마음속으로 외치는 한 마디다.
물론 자신의 완벽주의자적인 성향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의 모자란 부분을 메꾸어 돋보이게 하는 모습은 저런것이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