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좀 줄게

“북한 삐라 주워와도 연필 안줘요”를 보자마자 생각난 안 좋은 추억이 하나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이 조금 안된 때였는데, 당시에 잘 놀던 친구 둘과 함께 놀이터로 산으로 놀러다니던 때의 이야기이다.

살았던 동네가 성신여고가 있는 산동네였는데, 친구들과 놀다가는 한 친구가 김일성의 사진이 있는 전단지를 주웠다. 그런데 이 친구 주워서 그대로 경찰서에 가져갔으면 좋았을일인데,
주웠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주운 것이 달랑 한장이기는 했지만 삐라를 주우면 학용품을 받는다는 사실을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어 알게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주웠기 때문에 더 기뻐했고 그런 이유로 자랑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자랑이 화근이 되었다. 동네에서 놀던 한두살 위의 형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좀 보자며 달라하여 줬더니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경찰서에 가져갔을 거라며 황당해하는데 금새 경찰서에 다녀온 그 형이란 아이는 연필 한다스를 받아왔다. 그래서 우리들과 마주칠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미안했는지 연필 좀 줄게 라며 받은 연필 중에서 몇 자루를 주는 것이다.

그 형이라는 아이 뻔뻔하게도 마치 자신이 인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줬던 기억의 한 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