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플렉스를 해 보았다

연구소에서 일을 하다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그런건 아니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구비용 삭감이 이유였는데, 주는 월급에 비해서 일이 많다고 여겨져서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기에 별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었는데, 이 부분은 계약서와 관련해서 내가 잘 못 한 부분이 있으니 주장할 수 없는 부분이고, 여유 자금이 없어서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찾다보니 플렉스를 하였다.

찾아보면 플렉스 경험담 단가 등의 다양한 글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그러니 겹치는 내용은 건너뛰고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최저 시급도 안 된다

5월 중순에 새벽 배송으로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한달하고 반 정도를 했다. 물론 처음 했던 날은 새벽 배송 물량이 없어서 이기도 했지만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최저시급도 받지 못했다.

새벽배송은 다른 시간대보다 단가가 높은 편인데(보통 박스 950원 / 비닐 650원) 38개를 배정받아서 1시 반에 나가서 배달을 마친 시간이 5시가 조금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 날 받은 금액은 박스 7개, 비닐 31개를 배달했으니 받은 금액은 26,800원이었다. 그러니 시간당 5,360원을 벌었는데, 여기에서 그 날 움직인 거리를 연비 계산했더니 유류비로 대략 4,000원을 조금 덜 썼다. 그러니 유류비를 제한 금액을 계산하면 시간당 5천원을 벌었다.

이게 처음이니까 이런데 하루 하루 해 나갈 수록 익숙해지고 건강해지기도 해서 최근에는 주간 배송과 당일 백업1까지 240개를 배송해서 전부 비닐 물량으로 550원씩 대략 계산하면 132,000원을 벌었다. 여기에 상자 가격이 나오면 더 많겠지만 오전 10시 반에 가서 오후 10시까지 배달했으니 12시간 일을 해서 시간당 11,000원을 벌었고, 여기에서 그 날 쓴 유류비가 대략 5,000원 정도였다.2

플렉스 프로모션이 없고, 최근 가격이 형편 없어졌지만 바지런히하면 이 정도 수준의 벌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5월 17일 처음 시작해서 6월 14일까지 월~금만 20일 일하면서 1,445,801원(세전)을 벌었다. 일하면서 다른데 안 다니고 쓴 유류비는 15만원이다. 새벽 물량이 없어서 주간으로 바꿔 일하면서 일 평균 95개정도 했을 때 벌 수 있는 금액이니 참고하면 되겠다.

비닐로 단가 후려치기

최근에 뉴스에 나온 얘긴데, 일부러 그러는 거 같지는 않고 상자에 비닐로 표기가 되어 있어서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보도가 되었던데,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상자로 표기되어 있는데 비닐인 물량도 제법 있다.

개인적으로는 단가를 후려치기 위해서 이러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동화하다보니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정확해지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이니 신경쓰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단가를 후려쳐서 문제가 되었다기 보다 차량이 작아서3 코드별로 분류해서 넣어놨는데, 표기된 것과 다른 포장이어서 찾느라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더 크게 다가왔다. 상자로 표시되어 있어서 상자만 찾았는데 찾아보니 비닐이어서 시간이 걸렸다거나 반대의 경우여서 비닐을 다 뒤졌는데 나오지 않아서 그 만큼의 시간이 걸려 지연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평소에는 문제가 안 되고 아무래도 시간 제한이 있는데 100개 이상의 많은 물량을 가지고 나갔을 때 생기는 문제니 보통의 여유로운 일정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사항이다.

건강해진다

개인적으로 앉아서 하는 일만 하면서 운동도 안 하고 있어서 체중이 130kg까지 치솟았는데, 이 일을 하면서 한 달 반 동안 하루 평균 2만보씩 걷다보니 살이 쭉쭉 빠졌다.4

돈을 벌고 체중도 줄어서 건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 외의 생각

이제는 다른 일을 하게 되어서 플렉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만하려고 하는데, 사실 플렉스라는 것이 원하는 날에 일할 수 있다는 유익이 있어서 했는데 사실 쿠친(쿠팡 직원)이 보통 가지고 나가는 물량만큼을 하루에 소화하면 원하는 날만 일하고 적당히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차가 작아서 하루 종일 해 봤자 평균 200개 정도가 고작이기는 하지만 당장 일이 잘려 돈이 급하고 다른 자리를 찾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민이나 오늘회 같은 비슷한 업무들도 괜찮지만, 내 경우에는 최근 1~2년 사이에 접촉사고가 많아서 배민에서 까이게 되어서 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일한만큼 받을 수 있어서 좋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1. 그 날 안에만 배송하면 되는 물량으로 보통 저녁 1시 전까지 업무를 마치면 되는 것으로 표시되는데, 쿠친(쿠팡직원)이 가지고 나간 물량 이외에 오후에 배당이 안 된 물량을 배송하는 업무이다.[]
  2. 240개 중에 박스도 있을테니 15만원을 훌쩍 넘길 것이지만 단순계산이니 이 정도이다.[]
  3. 쉐보레 스파크로 업무했다[]
  4. 6주 동안 체중이 13kg 빠졌는데, 골격근량이 변화가 없고 체지방만 5kg남짓이 빠진 것을 보면 근육도 생긴 모양이다.[]

다시 시작

정말 오랫만에 ‘운동’ 분류가 사용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이 분류에 글을 쓴게 12년 전이다. ‘20Kg 감량 달성!! ’라는 제목이었다.

처음 운동 분류로 글을 쓴 건 군에서 전역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였다. 원래 술을 마시지 않다가 군생활을 하면서 술을 먹게 되고, 조금 덜 취하기 위해(?) 안주를 많이 먹게되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3달 동안 15kg 정도의 체중이 늘어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군에 입대할 때 체중이 80kg이었는데, 훈련을 마치고 나니 78kg이 되었다가 배치된 부대에서 생활하면서 원래 체중인 80kg이 된 것이다.

첫 운동

군생활을 시작하고 2년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시게 된 계기는 군생활 자체가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오지에 있는 부대였고, 그 만큼 외지와 거리가 있는 부대였고, 고참들도 기본 군기 외에는 크게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였기에 업무만 잘 익히기만 하면 크게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 없는 부대였다.

시작하게 된 계기

그러다가 여자 친구를 소개받아서 잘 사귀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21살에 입대해서 23살에 처음 연애다운 연애를 했다고 생각하고 이제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한 시간을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 이별을 통보받았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시절 함께 군생활하던 이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듣고도 믿지 않았던 게 생각이 난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3달 정도 지나면서 체중이 줄어들어갔다. 처음에는 힘이 들어 1,000번 정도만 했는데, 한 주를 그렇게 하고 1,000번을 늘리면서 5,000번 정도를 하면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그렇게 몇 달을 하니 체중이 85kg정도가 되었다. 이제 전역을 기다리면서 운동을 하다가 잠시 시들해졌다.

전역을 한 달 앞 두고 연 중에 쓰지 않았던 휴가와 외박을 교묘하게 엮어 한달의 휴가를 만들었다.1

한 달짜리 휴가를 신청해서 나간 다음 날 동네 수영장을 등록하였다. 동생이 함께 등록해서 전역하고도 몇 달 동안 함께 수영을 했다. 그 때 배운 수영을 그 뒤로도 꽤나 유용하게 사용했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특히 미국에서 차를 랜탈하여 1번 국도를 타고 캘리포니아 북부까지 여행하던 중에 독일인 가족이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 것을 구경하는데 같이 수영하자고 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줄넘기와 수영을 번갈아 가면서 하니 체중이 83kg이 되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체중 감량 스토리가 있지만 오늘의 주제는 지난 운동 이력이 아니니 여기서 정리하고 글을 이어가면, 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시 운동

멘탈을 부여잡고 살아가기 ’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지난 몇 년간 쳐져 있었다. 당연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지만, 그 동안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체중이 134kg까지 늘어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체중을 조금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가족들의 걱정에도 운동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보니 활동량이 늘어서인지 체중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하는 일들을 조금 더 열심히하고 이제 일하는데 영향이 없어졌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10 kg 정도가 줄었다.

먹지 않는 것으로는 체중을 감량해도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결국에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벌써 두 달 전이었다. 그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고, 하는 일들을 멈출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여지껏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동안에는 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아니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올 해가 되면서 마흔에서 한 살이 더 많아지고 나니 커피를 마시는게 힘들어졌다. 50대 이상에서 인기가 있었던 음료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2인데, 이제 마흔이 갓 넘은 내가 디카페를 먹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몸에 무리가 된다는게 살포시 느껴졌다는 말이다.

최근 커피를 줄이고 있는데 그래도 마실 때마다 건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다시 줄넘기 줄을 조절하고 시작해봤다. 근 15년 전에 운동을 시작할 때도 운동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처음에는 1,000번으로 시작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쉬지 않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때 정도만하고 들어와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간것을 후회하였다.

줄넘기 손잡이에 숫자가 올라가는 줄넘기인데, 조금 하다가 힘들기에 쉬었더니 숫자가 86을 가리키고 있었다. 100번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천 번은 채워야지라는 생각으로 8번을 더 쉬면서 1,006번을 하긴 했다.

줄넘기를 하고 들어와서 씻으려고 했더니 다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정말 다리가 터지는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조금 무리했나 싶었지만 나름 목표를 채우고 들어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다행히 몸이 힘들어 100번 정도로 나누어 쉬면서 해서인지 관절에는 무리가 되지 않은 듯하다. 관절이 아프지는 않고 발바닥과 허벅지, 그리고 장단지가 조금 아팠다.

확실히 20대와 30대일 때보다 몸이 힘들어 한다. 물론 그 동안 운동을 안하긴 했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문제가 없었기에 더 운동을 할 필요를 못 느꼈는데, 이제는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니 힘들어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15년 전에 했던 것처럼 1주일 단위로 천 번씩 늘려가는 것은 되지 않더라도 이 정도로 유지만 해도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되지 않을까?

달리는 것도 좋고 걷는 것도 좋지만, 일을 하면서 시간을 절약하고 간단하게 뒷마당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줄넘기를 선택했으니 계속 해 보려고 한다. 운동을 하면서 계속 글을 쓰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목표에 가까워지면 다시 쓰겠다.

  1. 부사관으로 복무했는데, 주말에 근무가 없을 때 주말을 끼어 외박을 알 차게 쓸 수가 있었다. 고참들도 이제 전역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그 달에 근무를 모두 빼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 전 연령의 1위와 2위를 차지한 메뉴는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이기에 그 이후의 3위부터 보았을 때[]

웹표준 지키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을 생각하지 않고 웹디자이너로 한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 이전에 학교에서 이런 저런 경로들을 통하여 독학하였던 실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취업을 하였다.

정보산업고등학교에 진학한 이유가 관련 분야에서 일찍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이 있고, 그래픽 분야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 두 분야를 통해 일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당시의 웹디자이너였다.

웹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전에도 홈페이지 제작 관련해서 나우누리 웹디동의 활동이 있었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기도 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웹표준이라는 용어를 알지는 못했지만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 이 두 브라우져에서 똑같이 보일 수 있도록 코딩을 하는 것이 웹디자이너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 외의 브라우져는 그다지 많이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고,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브라우져인 넷스케이프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브라우져가 익스플로러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년여를 관련 직종에서 실무를 했지만, 일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하고 나서는 웹디자인을 그만두고 군에서 맡겨진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별도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 군에 입대하면서 웹디자이너로서의 앞길을 회의적인 생각으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와 함께 웹표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적어졌다. 그저 주로 쓰는 브라우져이든지 잘 보이게만 하면 되는거지라는 생각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군에서의 생활이 마무리 되어가던 시점에서 Firefox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직접 관련 소식을 접해서 알았던 것이 아니라 네트워킹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가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브라우져가 파이어폭스였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모질라 커뮤니티에서 웹표준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다시 생각이 바뀌어지게 되었다.

표준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자원의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효율의 문제이고 미래의 우리를 위한 예방 활동이다.

표준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법규를 지키는 것과 같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무시하고 마음대로 했을 때 당장은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그런 불법에 익숙한 습관으로 인해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때에 원망조차 할 수 없는 문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의 몸에 규칙적인 운동이나 식사를 하지 않았을 때 당장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적이고 반복되었을 때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문제와 같다.

지금 당장 공부하지 않고 게임이나 유흥을 하고 관심있는 부분만 공부하는 학생이 가지게 될 좋지 않은 성적은 우리가 지금 당장 웹표준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가지게 될 결과가 같지 않을까?

웹표준은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꼭 지켜야 할 필수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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