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냉정

제목을 적으면서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작품의 느낌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글은 nonem_Blog에서 요즘 작업이라는 글을 보면서 필자에 대해 몇 자 끄적이려고 적었다.

필자는 어려서 눈물이 많았던 아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울 일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부끄러움이나 스스럼 따위 없이 울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감성적이었다는 것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그런 상태로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었는데, 그 때는 –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 예능 계열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비록 집안 내력 상 예능에는 소질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림을 그린다던가 음악을 만든다던가 하는 것에의 관심은 그런 소질의 부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만들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Dr. Halo라는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단지 끄적이던 것이 고등학교에서 이르러서는 포토샵으로 이러 저러한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기에 이르렀고, 지금도 그다지 특출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학생들의 눈에는 괜찮아 보일 정도의 물건을 내놓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음악 분야에 있어서도 그랬는데, 중학교 때 미디의 존재를 알았지만 제반 장비를 마련하기에는 재정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기본 사운드 카드에 내장 되어 있는 것을 이용하는 프로그램만을 이용한 작곡이었다. 당시 컴포저라는 프로그램으로 마우스로 일일히 찍어 만들었던 음악들은 음악적 지식이 없었어도 나름의 감성을 표현한 작업들이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지만,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 직책 상의 필요에 의해 그런 감성을 의도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게 되었다.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리에 앉게 되면서 감성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서는 스스로도 놀랄만큼 냉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는데, 전 만큼이나 눈물이 나오지 않는것이다. 분명히 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종교적인 체험에서 그렇게 잘 나오던 눈물은 마치 가뭄이라도 난 것처럼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음악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어느새 마음 속에서 울려나던 멜로디들은 침묵을 이루었고 그래픽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전만큼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군을 전역한지 1년이 넘어가면서 전만큼은 아니지만 감성이 조금은 회복되어진 듯 하다. 마음 속을 울려주는 멜로디들은 여전히 울리지 않지만 이만큼이라도 회복되어진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 때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단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서 감성이 메말라 가는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져보지만 그것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과 비례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뿐이다. 다시 이전처럼 감성인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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