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쓰고

어머니께서는 젊은 시절 간호장교이셨고, 중위 계급으로 전역하셨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어머니의 사진 한 장을 보실 때마다 놀리시곤 하셨다.

간호장교 어머니의 전투복 차림

철제 방탄모를 쓰지 않으셨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아버지께서 복무하실 때는 철제 방탄모를 착용하셨기에 어머니께서 쓰고 계신 방탄모(라 쓰고 하이바라 읽는다)가 플라스틱 재질의 가벼운 안전모정도였기에 이런 놀림을 하셨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은 부러움의 표현

아버지께서는 육군 병장으로 전역하셔서 우리집에서는 전역시 계급이 가장 낮으셨다.[note]어머니께서는 대위, 글쓴이는 중사, 아버지께서는 병장[/note] 그럼에도 이런 대화가 오갈 때면 ‘대장[note]군의 계급 중 가장 높은 별 4개로 상징되는 계급[/note] 위에 병장[note]군의 최하위 계급군 가운데 가장 높은 계급[/note]’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장교로 복무하고 싶으셔서 시험까지 치르셨지만 색약[note]적녹색약이셨기에 군 장교로 부적합 판정을 받으셨다[/note]으로 보병 일반병으로 가실 수 밖에 없었다.[note]관련 정보는 여기에서 얻으실 수 있다.색맹(색약)테스트와 제한되는 직업[/note]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께서 장교로 복무하셨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시거나 흠으로 생각하시기 보다는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으셨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군 입대할 시기가 되었을 때 아버지께서는 장교로 복무하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동생이 1년 차이로 대학에 입학하였고 당시 우리 집안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당장 지원할 수 있는 부사관으로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note]부사관으로 지원한 것이 나에게는 다행으로 여겨지는 것은 군 입대 후 2년 동안은 정말 말 그대로 ‘인간’이 되질 못한채로 살았기에 만약 장교로 지원하여서 2년만 군생활하고 나왔다면 ‘인간’이 되지 못한채로 나와서 사람구실도 못하는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종종한다.[/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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