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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

외조부님과 홍어

2010년 새해가 밝았다. 아침에 회의를 하는 동안 어머니께서 연락하신 것을 받지 못하고 다시 전화해 확인해 보니 외조부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원장님께 말씀 드리고 강진으로 가기위해 준비하고 출발했다. 중간에 주일이 끼어 있어서 4일장으로 지내었는데, 호상이어서 친인척들의 분위기는 괜찮았다. 할아버님께서도 잠드시듯이 돌아가신데다가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흐를 수록 아기같은 얼굴이 되어갔다. 덕분에 다들 기쁜 마음과 표정으로 발인까지 마쳤다.

4일장을 보내면서 여러 친인척들과 정초 고향을 방문한 친인척들의 친구 및 직장동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에는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자녀를 적게 낳거나 낳지 않는다고 하는데, 외조부님의 상을 당하여 지내는 동안 자녀를 많이 계획해야 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사실 기본적으로 아들 딸 하나씩 두 명으로 계획했었는데, 키울 때는 부담이 되더라도 키우고 나서는 이번처럼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의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여동생이 있어 심심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형제가 많은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준비한 음식 중에는 홍어가 있었는데, 남도 잔치에는 빠지지 않는 메뉴다. 일반적으로 먹는 홍어와 달리 숙성된 것인데 이런 상태를 “삭았다”고 한다. 삭혀서 먹는 홍어는 정말 맛있는데, 그 맛을 모르는 사람은 냄새만으로 질려서 그 기막힌 맛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삭힌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썩었다”고 하며 썩은 음식을 먹는다며 놀리기도 한다.

홍어는 보통 그냥 먹기도 하지만 삼합이라는 형식으로 먹어야 그 맛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삼합의 조합은 묵은 김치, 돼지 고기, 홍어이다. 돼지 고기는 구워서 먹어도 되지만 수육으로 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일반 손님들을 위해 그다지 삭히지 않은 홍어가 준비되었다는 점이다.

이 전에 홍어를 먹어본 게 아마도 10년 전 증조모님 상을 당했을 때 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렇다면 10년 만에 홍어다운 홍어를 먹어본 셈이 된다.

다만 요즘에는 흑산도 홍어는 워낙 고가여서 먹기 힘들고 칠레산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칠레산이어도 홍어는 너무 맛있다. 기회가 된다면 집에서도 직접 삼합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