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에게 자랑거리라는 것은 우리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다. 손자 손녀들에게서 받은 작은 선물, 자손들의 깜찍한 인사들도 자랑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필자의 할머니께서 다른 할머님들과 함께 계시면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시다가는 옆에 계시는 할머니께서 물어오셨던 듯 하다. 그래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린 시절에 필자는 굉장한 장난꾸러기로서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만큼 굉장한 사고뭉치였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필자 손만 지나가면 뭐든 쉬이 망가지곤 하였다. 할머니께서 사용하시던 참빗도 그 대상에서 예외 일 수는 없었다. 사실 그 빗을 망가뜨리려는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닌데, 몇 번 빗고 하다보니 어느새 망가져 있었다. 그리고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할머니께서는 나름대로 이리 저리 구하려고 하셨었나보다.
어느새 빗을 망가뜨리고 나서 20여년의 시간이 지나고 필자는 군에 입대했고, 고참들과 함께 속초에 놀러가기로 했는데, 미시령으로 지나다가 관광상품을 파는 곳에서 참빗을 보고 기억해 냈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자주 쓰시던 참빗, 필자가 몇 번 빗어버리고는 망가져버린 참빗. 그래서 얼마후면 나갈 외박에 할머니께 선물해 드리기로 하고 구입했다.
그리고 며칠 후 외박기간에 할머니께 가서 짜잔~ 하고 선물해 드렸더니 아니 이걸 어디서 구했냐고 하시면서 놀라시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문득 생각나서 할머니께 선물해 드린거지만 할머니는 나름 그 이후로 주욱 찾으려고 하셨던 모양이었다. 그 옆에 계시던 할머님께서 종로에 가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을 그리 어렵게 찾았냐고 타박하셨지만 할머니께서는 손자가 사다드린 그 빗으로 여전히 빗고 계신다. 그리고는 틈이 날 때마다 자랑스러워 하신다.
옆에 계시던 할머님 말씀처럼 종로 같은데 가서도 쉬이 구할 수 있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흔해빠진 빗들일 지라도 손자로부터 받은 그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그 추억이 담긴 참빗을 사용하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