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산업 고등학교를 다녔고 진학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때 취업을 나갔다.
사실 선생님께서 컴퓨터 분야에 굉장한 관심을 가진 것을 아셨기 때문에 성수 역에 있던 하드웨어 조립업체에 소개를 해 주셨지만, 집이 부천인지라 출퇴근시간으로만 하루에 4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엄청난 거리였기 때문에 면접만 보고 나왔다.
그리고는 며칠 지나지 않아 벼룩시장 구인란을 뒤적거리다가 웹디자이너를 구한다는 광고가 보여서 잽싸게 전화를 걸어 면접약속을 잡았다. 물론 가서 바로 취직됐다. 일하던 디자이너 누나가 턱이 빠지는 진풍경을 연출해서 재미도 있었고, 회사에서는 그 누나가 나가버리고는 대체 인력이 없어서 그 동안 그 누나를 잡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린시절부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끄적거리며 습관삼아 가지고 놀았기 때문에 편집 능력은 뒤따라 주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취직을 했다.
그렇게 일하면서 몇개월 뒤에 서울에 시사저널 건물 디자인팀과 같은 층의 사무실을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 같은 공간안에서 파티션만 나누어서 쓰게 되었는데, BGI(Best Graphic International)라는 팀이었다. 그곳에서 디자이너 오정표형과 만나게 되었다. 99년 당시 28살이었는데, 군대를 전역하고 이러저러한 일들때문에 이제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한명의 디자이너 누나는 김선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의 본인의 실력에 비해 둘 다 실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쿽으로 편집디자인 했던 김성훈형이랑, 또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쨌든, 이 회사에서 인턴을 뽑아서 같이 일하게 되었는데, 이 사람들이 본인에게 굉장히 충격적인 일을 저질러 버렸다.
인턴들이 일하기 시작한 날에 퇴근시간이 가까워왔다. 본인은 할 일이 조금 더 있었기 때문에 앉아 있었는데, 그 두 사람이 와서 저희 퇴근하겠습니다. 라고 하길래 그러세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이 사람들 아직 다른 회사라는 걸 모르는구나.. 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점심을 같이 먹는데, 인턴을 받은 회사 성훈형이 인턴들에게 어제 왜 둘 다 얘기도 없이 그냥 가셨어요? 라는 것이다.
그러자 이 분들 나한테는 인사하고 퇴근했는데? 라고 말하니까, 이 두 인턴들 막~ 웃는 것이다.
퇴근할 시간은 가까워오고 높아 보이시는 분들은 외근하셔서 안 계시고는 쭈욱~ 둘러보는데, 본인이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제일 높은 사람인 줄 알고 이 사람한테만 인사하고 가면 되겠다 싶어 본인에게만 인사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본인은 (털썩~) 주저 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당시 그렇게 살찌거나 하진 않았지만 패션감각이 본인도 좀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하고 다녔는데, 그게 오히려 늙어보이게 한 것이었던 듯 하다.
쨌든 그곳에서는 그런 에피소드가 기억이 날 뿐이다. 또 한 가지는 책을 만든것이었는데, 아직도 교보문고에서 검색이 된다.
이 책은 당시 첫 회사 사장님이 미국에서 문서포맷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PDF에 대한 서적이었다. 지금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포맷이었다. 이것으로 본인이 처음으로 편집디자인을 경험했었다. 사장님의 지시가 있었지만, 표지디자인에서 책 내용 편집까지 죄다 본인이 한것이다. ㅋㅋ.. 근데 지금 보니 표지디자인 굉장히 구려보인다.
또 이 회사는 프리랜스처럼 보이는 프로그래머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 분은 삼성 훈민정음에 들어갈 PDF 부분을 개발하셨다. 이 프로그래머분 굉장히 나이 들어보이셨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솔로셨다. 음.. 진짜 딱~ 보면 이 사람 프로그래밍하는 사람이라구나 하는 필의 생김새였다.
그리고 그 작업이 끝나고 함께 일하던 과장님이 창업을 할거라면서 함께 나가자고 해서 그 회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같이 나가서 일하기 시작했다. 창업한 회사는 웹디자인으로 돈을 벌고,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창업된 회사 사장님은 폐쇄회로카메라 분야의 사장님과 동업하시기로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함께 일하게 되었다.
동업하시는 사장님은 제임스라는 영어이름을 가지고 계셨는데, 어느날인가 다른 직원들은 다 퇴근하고 제임스 사장님이랑 단 둘이 남게 되었다. 토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사장님이 퇴근하고 같이 밥 먹자고 하시면서 좋아하는게 뭐냐고 물어오셨다. 물론 당연히 피자를 먹겠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 피자이다. 짜장은 웬지 순위에서 어느순간 밀려나갔다.
피자를 먹으러 가는데 중학교때부터 초~ 대식가 기질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사장님께 피자부페로 가자고했고, 사장님도 그렇게 하자고 하셨다. 그 피자부페 그 이후에 몇년인가 지나서 그 자리에 갔더니 피씨방이 들어서있었다. 쨌든, 그곳에서 먹기 시작하는데 당시 피자헛 패밀리 사이즈를 혼자 2판 정도는 우습게 먹는 실력이었기 때문에 한접시, 두접시, … 비워나갔다. 사장님은 나이드신분이시라서인지 두 조각인가 먹고는 먹는걸 구경하셨다.
그 피자 부패는 일반적인 부페하고 달리 손님이 앉아 있으면 구워나온 피자를 커팅해서 원하는 사람에게 주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 한번에 한 조각씩 주었는데, 그렇게 10번째가 넘어가니까 이 알바생 본인이 앉은 테이블 주변으로는 오지 않는다. 더 앉아서 먹을 수 있었는데, 웬지 사장님께서 민망해 하셔서는 그만두고 나가자고 했다.
ㅋㅋ… 사실 그 때만큼은 못 먹어도 피자를 너~~무 좋아해서 금방 밥 먹었어도 피자시켜준다고하면 먹을정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