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킹의 지침

르네상스의 여인들[note]시오노 나나미 지음 ; 김석희 옮김, 서울 : 한길사 , 2002.[/note]이라는 책을 방금 다 읽어냈다. 책을 읽는데 꽤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필자에겐 읽는다는 것은 일[note]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note]이다.
쨌든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에게 관심이 가는 사람들을 위해 책의 말미에 『르네상스의 여인들』창작 뒷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작가와의 인터뷰를 싣고 있는데, 작가가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후에 헝그리했던 젊은 시절에는 히치하이킹을 했다고 말한다. 그와 함께 나름대로의 히치하이킹의 지침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믿든 안 믿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으면 그 방법밖에 없었던 시절이에요. 배낭여행이나 어린 학생들의 단체 해외여행이 시작된 건 그후였죠, 그리고 나도 나름대로 히치하이킹의 지침을 갖고 있었어요.
첫째, 히치하이킹에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을 정도의 돈은 항상 준비해둘 것, 다시 말해서 선택의 여지를 남겨둘 것.
둘째,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어도 상관없지만,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을 할 것.
셋째, 도로의 가드레일에 걸터앉아서 손만 흔드는 따위의 무례한 행동은 하지 말 것. 반드시 길가에 서서 기다릴 것.
넷째, 치마를 걷어올려 다리를 드러내 보이고 그것으로 관심을 끄는 짓은 하지 말 것. 못된 남자의 차에 타는 위험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다 섯째, 길모퉁이처럼 차를 세우기 어려운 곳에는 서 있지 말 것.
여 섯째, 직접 운전하든 운전수가 딸려 있든, 혼자 여행하고 있는 사람을 노릴 것. 동승자가 많으면 질문공세에 시달려서 오히려 피곤해 지니까요.
일곱째, 다가오는 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 운전수가 딸린 차라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을 것.
마지막은 나를 태워준 사람과 말상대가 되어줄 것. 상대도 심심해서 태워주는 것이니까, 차를 얻어 탄 이상은 열심히 말상대를 해줘야죠.

이렇게 하면 별로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차를 얻어 탈 수 있었어요.

『르네상스의 여인들』 364면
그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히치하이킹 지침이다. 게다가 젊은 여성이라는 점과 예의 바른 정신의 소유자라는 것, 또 통찰력을 살며시 드러내주는 지침이다.
최근에는 다들 차가 있거나 교통편이 편리한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히치하이킹 따위는 꿈도 꾸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필자처럼 엉뚱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없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에 적어본다.
작년에 청소년 캠프에 스탭으로 일하면서 중고등학생들과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었는데, 나름 아이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던 프로그램 중에 하나였다. 사실 스탭으로 참여했던 필자도 적잖이 즐거운 시간이었기 때문이기도하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는데 그 중에서 이름에 관한 것이 그 하나이다.

그런 글을 쓰는 게 직업이 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집가라는 말도 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 수 있게 해준 부모님한테 작은 효도나 하려고 본명으로 발표했어요. 그러고는 나중에 아뿔싸 했죠. 작가가 될 줄 알았으면 좀더 여자다운 필명을 생각해두는 건데 하고……

『르네상스의 여인들』 375면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가 할머니라는 동생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책의 표지 안쪽에 실린 곱게 늙은 할머니 사진을 본 때문인지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름은 꽤나 여성적인 이름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나나미라는 이름의 캐릭터들도 대부분 여자였기 때문이기도 한데, 시오노라는 부분이 남성적인 성향의 이름이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누구 아시는 독자 있으시면 답변 부탁드린다.
이 후에도 시오노 나나미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해 줄만한 몇 가지 질문과 답변들이 있으니 사서 읽어보시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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