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그들은…

20살, 갓 20대가 되었을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라는 곳에 발을 들였지만, 역시나 고등학교 때 입사해 놓은 회사를 그만두기는 힘들었다.
그 때는 실력이 형편 없는 – 지금도 별반 차이는 없지만 – 웹디자이너였다. 프로그래머가 따로 없으니 당연히 프로그래밍도 혼자 다 처리해야 했다. 회사는 규모가 작았지만, 사장이라는 사람은 꽤나 개방적이었다. 미국에서 적잖이 살다 나온 사람이었다. 미국에서는 안 사람되시는 분이 대표로 되어있는 세탁소를 여럿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사장님과는 서울로 사무실이 옮겨지게 될 때까지 함께 일했는데, 당시 회사에서는 PDF와 관련된 기술을 삼성에 납품(?)하고 있었다. 당시 개발중이던 훈민정음에 해당 기능이 들어갔었다. 그 분야를 개발하던 분이 계셨는데, 머리가 희끗한데다가 꽤나 나이를 먹은 듯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구부정한 형태의 몸을 가졌다. 그 분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전형적인 프로그래머 상이라는 것이었다.

반평생을 – 최소한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 프로그래밍에 젊은 시절을 다 바쳐서 지금의 나이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에 감탄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참 불쌍해 보이는 것이다. 당연히 자신의 젊은 날을 한가지 일에 열정을 다해 일한 사람에 대해서는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의 그의 모습에서는 경력을 입증할만한 어떤 태도도 발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전에 어떤 블로그에선가 프로그래머에 대한 글을 접했는데, 외국의 경우에는 머리가 희끗 희끗한 장기 경력의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보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상 주변(명확히는 한국)에서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로서는 나이 들어 할 만한 여건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30대 전후로 개발 관리자로 승진하거나 다른 분야로 전향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지인 중에 현재 성악을 전공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을 예로 들자면, 그분도 젊은 시절 대학에서 프로그래머로써 열정을 다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20대 후반의 나이에 결혼을 하려는데 생계에 대한 부담이 압박하더란다. 과연 이 걸로 이 여자(형수님)를 밥 벌어 먹여 살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고민 끝에 일반의 다른 직종으로 전향했다는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개발자는 헝그리한 직업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되새김질 되었다.

안그래도 배고픈 직업인데, 최근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더욱 그들을 괴롭힌다. 경쟁을 위한 촉박한 납기일, 무개념의 경영자들로 인해 더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게 재촉해서 좋을일이 없다는 것은 프로그래밍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아니, 비단 개발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빠르게 처리하면 시간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에 있어서 그것은 매우 많은 위험성을 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불안정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주변에 개발자(프로그래머)가 있다면 그들의 고뇌를 들어보시라!
주변에 경영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말씀하시라!
그들의 개발에 대한 가출한 개념을 찾아와 정비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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